산업 중소기업

"K유니콘 나오려면 규제 풀고 실패비용 줄여줘야" [제10회 대한민국 강소기업포럼]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1 19:13

수정 2020.05.21 19:13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세계 유니콘 한국에 오면
3분의 1이 불법일 정도…
재도전 지원법 제정도 필요"
한정화 이사장
한정화 이사장
"기술 스타트업 활성화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을 통한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파이낸셜뉴스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K유니콘이 미래 성장 이끈다'를 주제로 개최한 제10회 대한민국 강소기업 포럼에서 "막상 기업이 실행에 옮기려면 규제에 막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소기업청장 출신인 한 이사장은 "규제개혁을 통해 새 시장을 창출하고 투자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시장 확대 없이 정부 중심 펀드만 늘면 역기능만 많아진다. 실패비용을 줄여주고 재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연구개발(R&D)에서 세계 1, 2위를 다툰다"면서 "대학, 연구소에서 기술혁신이 이뤄지지만 정작 사업화 성공률은 대단히 낮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핀테크, 드론, 원격의료 등 필요하고 중요한 분야인데 규제가 제동을 걸고 있다"며 "아산나눔재단이 규제를 연구한 결과 세계 유니콘들이 한국에 오면 3분의 1이 불법일 정도로, 규제를 풀지 않고선 유니콘 기업을 성장시키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그는 벤처 스타트업들의 실패비용 감소와 재도전 기회 확대 차원에서 재도전 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실패비용이 너무 크다 보니 우수 전문인력이 스타트업을 기피한다"며 "중소기업청장 시절 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도전 지원센터가 있지만 법적 기반이 약한 만큼 재도전 지원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대학 기반의 고품질 기술 스타트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제는 대학이 단순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만들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청장이던 시절 팁스(TIPS)라는 정책을 만들었다"며 "기술 스타트업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위험을 무릅쓰고 성장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유망 창업팀을 발굴해 육성하고 연구개발(R&D) 자금, 사업화 자금, 해외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하는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 청장은 "결국 유니콘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혁신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며 "열린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공정거래질서부터 시작해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규제개혁, 대학의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올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많은 기업들이 당장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그 와중에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벤처 스타트업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미스터트롯'의 성공사례를 언급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에 필수"라며 "K바이오에서 보듯이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단단한 유니콘 기업이 속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코스닥 독립성 커져야 유니콘도 성장"
벤처투자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다. 벤처버블 시기로 불리던 2000년쯤에 벤처투자 실적이 2조원가량이었다. 이후 15년 가까이 1조~2조원 언저리를 머물다가 최근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지난 2018년에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고, 작년엔 4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 스타트업당 받은 벤처투자를 보면 20억~30억원에서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얼리 스테이지(초기단계)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유니콘 단계에 이르면 국내 벤처펀드가 지원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또 벤처자금은 정부자금 의존도가 높다. 민간부문으로부터 자금이 조달돼야 스케일업 투자가 가능하고 유니콘,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비상장 스타트업)까지 키울 수 있다.

벤처투자가 스케일업 단계까지 성장하기 위해선 다음 단계인 회수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투자는 회수를 전제로 한다. 코스닥 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이 개선돼야 한다.

외부에서 봤을 때 코스닥은 코스피의 2부 시장화돼 있다. 국내 코스닥 시장은 정체성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성장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벤처·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 단계에 가면 실적 기반으로 평가를 받는다. 시장 구조를 바꾸면 좋지만 운영적 측면에서라도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코스닥이 성장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기관투자자나 해외투자자들도 관심을 갖는다. 정부에서도 인프라나 세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M&A 시장도 반드시 활성화돼야 한다. 해외 벤처투자 시장에서 중요시되는 게 M&A다. 자금 회수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기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키운다. 벤처·스타트업이 해외진출 역량이 약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키워 해외진출을 시켜야 한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재도전 가능한 인프라가 유니콘 낳아"
원티드랩은 채용 미스매치 문제를 풀려는 5년차 스타트업이다. 지인을 추천하고 합격하면 모두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지인추천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 소셜커리어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어떤 사람과 기업이 만나면 합격률이 높은지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도입해 현재 아시아 5개국 120만 유저와 7000개 이상 기업을 매칭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창업에 두 번 실패했다. 창업기업들의 5년 후 생존율은 20%를 겨우 넘는다. 그중에서 유니콘을 만드는 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 실패 속에서 성공을 찾아야 한다. 실리콘밸리도 성공한 창업가의 창업 수가 평균 2.8회다. 엘앤피코스매틱도 7전8기,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8전9기 끝에 성공했다.

유니콘이 더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3회 이상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 창업자가 갖는 것은 신용불량자, 평균 9억원의 부채다. 재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55개월이다. 재도전이 가능한 따뜻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한 공동체에서 실패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성공한 창업가 이야기만 다루는데 중요한 것은 어떤 실패를 거쳐 성공했는지다. 이와 동시에 한 기업이 크기 위해선 지역체의 관심도 있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창업가라고 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5년 뒤에는 청년들이 '멋진 기업가가 되고 싶다' '창업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다'고 답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최근 원티드는 오프라인 콘퍼런스를 모두 온라인으로 바꿔 전 세계 창업가들과 연결하고 있다. 직접 그 나라를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던 부분이 디지털화된 것이다. 이제 무대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로 생각해 달라.


■백경호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 "시장 인정받은 스타트업에 2단계 보증"
기술보증기금은 과거 기술금융에 머물렀던 역할에서 스타트업을 보증하는 혁신금융 공공기관으로 나가겠다. 혁신금융이란 기술평가 역량을 바탕으로 벤처생태계를 육성하는 공공기관 역할을 말한다. 기보가 혁신금융으로서 달라진 큰 변화는 시장이 선도하고 판단한 스타트업을 밀어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펀드 조성 △인수합병, 기업공개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단계별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특히 펀드 조성 단계에서 모든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 단계인 '죽음의 계곡'을 거쳐야 한다.

기보는 중기부 K-유니콘프로젝트에 발맞춰 스타트업 성장을 돕고 있다. 프로젝트는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기업가치 1000억원 이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한다. 200개 아기 유니콘을 찾는 등 2022년까지 예비유니콘 풀(Pool)을 5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2단계는 1000억원 이상 예비유니콘을 지원해 2021년까지 유니콘 20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기보는 투자·보증 레버리지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 예비유니콘 기업에 특별보증을 통해 총 2000억원 자금을 지원한다. 보증한도는 기업별 최대 100억원이다.

기보는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로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투자와 보증이 연계되면 기업은 펀딩이 필요한 시점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기보는 2019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을 실시, 101개 기업이 신청해 27개 기업을 선정했다. 기보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혜택을 받은 대표적 기업은 마켓컬리, 리디북스 등이다.
지난 2019년 1, 2차 특별보증을 통해 각각 85억원,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7월 15개 기업이 3차 특별보증에 선정된다.
올해 9월에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강재웅 팀장 정명진 차장 구자윤 한영준 최용준 송주용 강현수 기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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